여러분의 닉네임의 의미는? 제 닉네임의 의미,온라인의 우리 이름,닉네임
시대상으로는 아직 공산 치하의 폴란드. 이야기는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집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한 소년은 친구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는 1년 전에 외국으로 떠났으며, 어머니는 아들 친구를 아들처럼 대하고 살갑게 지냅니다.
소년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밤마다 망원경으로 건너편에 사는 한 여인을 훔쳐봅니다. 그녀는 화가이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소년이 볼 때마다 남자가 바뀌어 있으니까요. 소년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지만,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관한 사과 정도를 전할 뿐이지요. 소년은 우체국에서 일을 하고, 외국어를 공부하며 지냅니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 그녀의 우편함에 위조된 연금 통지서를 넣고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의 아파트에 우유가 배달되지 않는 것을 알고 우유배달을 자청합니다. 소년의 생활은 그녀의 생활에 맞추어 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애인과 다투고 집에 들어옵니다. 소년은 그녀를 바라봅니다. 되는 일도 없고, 외로움에 흐느끼는 그녀를 소년은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어느 날, 소년의 실수로 그녀는 우체국에서 모욕을 당합니다. 소년은 그녀를 쫓아가 "당신이 어제 운 것을 알아요."라고 말을 합니다. 소년은 자신이 그녀를 오랫동안 훔쳐봤다고 고백합니다. 황당한 그녀는 욕을 하고 돌아섭니다.
다음날 아침, 우유 배달을 하는 소년에게 그녀가 다가가 이야기합니다. "나한테 뭘 원해?" "아무것도요. 당신을 사랑해요." "키스하고 싶어? 아니면, 나랑 잘래?" "우리 아이스크림이나 먹을래요?"
소년은 꿈에도 그리던 그녀와 데이트를 합니다. 소년은 고백합니다. "친구가 떠나면서 망원경을 주고 당신을 알려줬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봤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전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요." "사랑? 그런 건 없어. 섹스만 있을 뿐이지. 너와 내가 손을 맞잡고 있는, 육체에서 비롯되는 이 순간, 이 느낌만이 있을 뿐이지, 그 따위 감정은 없어."
그녀는 소년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성적으로 미숙한 소년을 농락합니다. 당황한 소년은 본의 아니게 사정을 하고 당황합니다. 그런 소년에게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이게 사랑이야. 이제 화장실에 가서 닦아 버리렴." 소년은 수치심과 상실감에 뛰쳐나가고 집에서 자신의 손목을 긋습니다.
떠난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여인은, 어쩌면 자신이 너무나 심하게 군 게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소년이 그녀를 바라본 것은, 처음엔 관음의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녀를 원하는 그 어떤 남자들보다 자신을 잘 알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그녀는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갑작스런 앰블런스 소리에 불길해진 그녀는 소년의 집에 찾아가 보지만, 어머니는 쌀쌀맞게 대할 뿐입니다.
그녀는 소년의 방에서 망원경을 보고 그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소년의 쓸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느낍니다. 이제 그녀는 소년이 돌아올 때까지 소년의 방을 망원경으로 바라봅니다. 소년이 돌아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나도 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기 위해서.
여인의 이름은 마그다(Magda), 그리고 그녀가 기다리는 소년의 이름은 토멕(Tomek)입니다.
* 덧붙임:
1.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십계(Dekalog)>는 10부작 연작 드라마입니다. 그 중 5번째 계명과 6번째 계명은 따로 편집해서 극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 바로 그렇습니다.
2. 변호사인 크쥐시토프 피에시에비츠와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는 종교적 계율이자 사회적 약속인 십계에 관한 10개의 이야기를 찍었습니다. 각 편은 각 계명의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꼭 그 계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십계가 율법이자 윤리이듯이, 키에슬롭스키 감독은 이 드라마를 각각의 에피소드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길 원한 것 같습니다.
3. <십계: 6번째 계명,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같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결말이 서로 다릅니다. 제가 본문에 쓴 내용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고, <십계: 6번째 계명,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더 들어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우체국에 찾아간 마그다는 팔목을 붕대로 감싼 토멕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그가 일하는 창구로 다가가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녀의 표정은 반가움과 안도감이 실려 있습니다. 잠깐 망설이던 토멕이 그녀를 향해 이야기합니다. "이젠 당신을 더 이상 훔쳐보지 않아요." 그리고 올라오는 타이틀. "십계, 6번째 계명: 간음하지 말라"